- 어머니의 품으로 기억될 장흥에서의 한 달
- 기간2024.11.02 ~ 2025.07.01
- 키워드기타
- 등록자정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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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장흥 전 지역, 여수, 보성, 완도, 목포
빵빵한 지원금 덕에 경쟁이 치열하다는 전라남도 지자체 지원 한 달 살기.
바로 그 한 달 살기에 운 좋게 선정이 되어 11월 단풍 드는 아름다운 계절에 장흥에서 머물게 되었다.
시골의 조용한 마을을 생각하고 갔으나 의외로 장흥의 첫인상은 어느 식당 어느 카페를 들어가도 항상 사람들이 북적이는 활기가 있는 곳이었다. 들어가는 식당마다 음식이 맛있고 한사코 손사래를 쳐도 접시를 비우자마자 또 수북이 채워 주는 손이 큰 어머니들, 뭘 사도 덤으로 더 얹어주려 하는 인심 좋은 사장님들 덕에 장흥은 온난하고 풍요로운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우리가 머문 숙소는 470살의 커다란 보호수가 있는 비동마을이라는 곳에 위치한 전형적인 시골집으로 알록달록 단풍이 든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풍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서 매일 아침 평상에서 대나무 숲 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텃밭에서 딴 신선한 야채로 샐러드를 해먹으며 호시절을 보냈다. 가끔 주인아주머니 댁에서 밥을 얻어먹곤 했는데 이 집에서 맛있다는 말을 함부로 해선 안된다. 왜냐하면 주인아주머니도 음식 솜씨가 좋고 손이 걸리버인 전형적인 남도 여인이시기 때문이다. 맛있다고 한 음식들은 기어코 한 보따리 싸서 들려보내시는데 부른 배를 안고 바리바리 싸준 보따리들을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친정이라고 말할 곳이 딱히 없는 나는 할머니의 기억을 떠올렸다. 뭘 못 먹이고 못 싸들려 보내 안달이었던 우리 할매. 친정이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헤어지는 길이 무척 아쉬웠다. 주인아주머니는 밥을 더 해먹였어야 하는데 철이 바빠서 못 먹인 것을 못내 아쉬워하시며 김치를 한 아름 싸주셨다. 김치통을 안고 눈물을 찔끔거리며 돌아가는 길에 곳곳에 걸려 있는 장흥의 슬로건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의 품 장흥’ 누가 지었는지 정말 찰떡같은 슬로건이 아닌가! 숙소 아주머니와 식당 어머니들, 가게 사장님들의 베풀어주신 친절과 인심 덕에 어머니의 품과 같은 장흥을 나는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