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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별곡 수우옹 위세직(魏世稷) (1655년 ~ 1721년)

일신에 병이 들어 만사에 흥미 잃어
죽림 깊이 원(猿)과 학(鶴) 벗 삼으니
십년 서창의 옛사람 시 뿐이다
일생호인 명산 노래 우연히 기리 읊어
만고의 시 문호를 역력히 세어보니
여덟 시선, 천년 후 이을 사람 그 누군가
강산풍월 한가한지 여러 해라
분분한 세상사 나도 싫어 풍월주인 되려하여
명승 선경 반세를 늙어있다
앞 산 아침 비에 봄빛이 빼어나니
산꽃 피는 곳이 흥미도 하고많다
학과 같은 벗 선자들을 이때에 만나보아
황금단 지어내어 참동계 묻자하여
송료를 받쳐내어 일엽편주 실어두고
만 리 안개 물결 임의로 띄워내니
엽서 화담은 눈 앞의 가경이요
흰 마름꽃 붉은 여귀꽃 노 위에 향기롭다
산형도 좋거니와 수세도 가이 없다
청강 백구야 묻노라 가는 길이
삼신산 내린 활기 이리로서 어디 멀며
도원도 지난 곳은 어느 물로 내리는고
월계수 노 흘리저어 가는 대로 놓았어라
연거푸 돌아보아 곳곳이 가리킬 제
상서로운 구름 하나 바다 위에 검어 있다
온자한 학의 소리 십리에 들리거늘
향기로운 노 빨리 저어 날듯이 들어가니
부용화 피는 거동 반공에 솟았는데
올 때 듣던 그 소리 이 땅에서 날세라
평사에 닻을 내려 고운 노을 헤쳐보니
묘 아래 물 위 그 사이가 천 척이다
기상이 만천하니 파릉이 이 같은가
대저 그 이름 이제 보니 과연하다
안개 속에 배를 내려 석로로 올라가니
아름다운 풀과 꽃이 곳곳에 피어있고
옥 같은 궁전에 금경이 골마다 널려있다
한제의 금경을 언제 여기 옮겼으며
와황보천은 어이하여 해천에 떨어진고

좋고도 맑은 기상 갖음도 갖으시고
돌로 만든 연꽃 운작대는 이런 데 이름이라
아미산 적벽강에 추경 춘상 이러한가
적송자 안기생은 우화등선 이러한가
반산에 흘러 쉬어 제일봉 올라가니
일진 선풍 양 겨드랑이 비껴 불어
양 옷자락에 표표히 불어 심신 청랭하니
봉래산 소식을 거의 아니 들을소냐
왕자요대에 벽도만 늙어있고
낭옹의 돌 절구에 노을만 잠겨있다
돌 모서리 높이 베고 바다 경치 다시 보니
어렴풋한 바다 위에 만첩강산 여기저기
창망한 운해가에 일편 어주 오락가락
눈 아래 모든 경치 색색이 자랑하니
건곤의 이 조화를 뉘라서 알아보리
성관 쓰고 월패 차기 꿈에나 보자하여
소나무 뿌리 높이 베고 낮잠을 잠깐 드니
푸른 옷 동자 나를 잡아 봉래산 건너 뵈네
송요주 가득 부어 나 잡고 저 권할 제
장생에게 묻는 말을 반튼 채 못 들어
구고 일성에 선몽을 놀라 깨니
긴 연기 하나 허공에 오른 데 흰 달이 천 리로다
안개 낀 물가 파도 잦고 물길도 끝이 없다
상아 돛 다시 꾸며 만화도로 내려가니
산 그늘 눈오는 밤 자유의 큰 흥이라
석강 추월에 백야의 시정이라
지난 경치 좋거니와 야경이 더욱 좋다
모래 사장 자던 기러기 조수 소리에 절로 깨어
삼강 연월에 함께 놀자 우는 듯
물 아래 놀던 상아 거문고 꺼내 탈 제
남풍 오현의 성음을 전하는 듯

노 두드려 물길에 올라 타 (흥에 겨워 머무를 제
서산에 달이 지고 동쪽 골에 날이 나니
금빛 물결 넘실거려) 온 강이 어지러울 제
안개 낀 물가 배를 매고 낙화를 따라가니
새벽 안개 찬이슬이 초의에 젖을세라
산아래 벽도는 옛봄을 그저 띄어 뒷주인을 기다리고
골짜기 그윽한 난은 바람 끝 향기로 날려 아뢰는 듯
해객은 무심하여 백구를 따르거늘
선인은 어디가고 황학만 남았는고
온갖 꽃 향기 흩은 곳에 옥소를 비껴 부네
벽해 청천에 백학이 날아든다
어화 황홀하여 내 아니 신선인가
일배주 자조 부어 취하도록 먹은 후에
삼화루 빗겨 앉아 물밑을 굽어보니
월계에 씻던 비단 어느 물에 밀려오며
낙포에 날던 선녀 어이하여 잠겼느뇨
수색도 기이하다 다시금 살펴보니
호산에 피는 꽃이 물아래 비칠세라
가 없는 이 경개를 일폭에 옮겨내어
서시와 안기 만나 대동전에 보냈던들
오룡이 그린 가릉 이 산수와 어떨런고
풍광도 한이 없고 의사도 끝이 없다
애 닳을사 이 내 몸이 선녀와 연분 없어
속세에 미련 있어 향관을 생각하여
강산에 기약하고 백구와 맹세하여
빈 배를 다시 타고 오던 길로 찾아오니
못다 본 남은 경을 글귀에 영량하고
도기려지 호구는 천만고에 과연하다
산창을 다시 닫고 초조히 누었으니
만리 강천에 몽혼만 잦아있다
어이타 값 없는 강산풍월을 절로 가게 하는고.

담당자
문화관광실 문학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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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202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