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간’내놓고‘뺨’맞은 권금산씨의 1인 시위 사연
- 작성일
- 2011.12.02 19:52
- 등록자
- 권OO
- 조회수
- 266
첨부파일(1)
-
한글파일 (일요시사)[간]내놓고[뺨]맞은 권금산씨의 1인 시위 사연.hwp
143 hit/ 311.5 KB
2011년11월30일 09시25분 글자크기
일요시사
http://www.ilyosisa.co.kr/detail.php?number=15649&thread=22r05
직격토로‘간’ 내놓고 ‘뺨’ 맞은 권금산씨의 1인 시위 사연
“정부는 나를 정육점 쇠고기 취급했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1인 시위가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억울한 사람 누구나, 하고 싶은 말 있는 사람 누구나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나 홀로 시위’라고 해서 그 주제까지 가볍진 않다. 그들은 저마다 절박한 사연을 안고 절실한 마음을 담아 거리에 선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는 추워진 날씨에 아랑곳 하지 않고 웃통까지 벗어가며 시위를 벌이는 한 남자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시청, 대형 병원, 광화문, 국회 앞 등지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소신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남자. 그가 세상에 들려주고자 하는 외침은 무엇일까.
정부, 1년만 무상검진…이후 후유증 생기더라도 “보상 못해”
기증자 울리는 장기기증의 현 실태 “기증한다면 말리고 싶다”
지난 13일 낮 서울 시청 앞 광장 맞은편에 위치한 덕수궁 입구. 한 남자가 웃통을 벗은 채 1인 시위를 벌였다. 그의 벌거벗은 상체에는 ㅗ자와 ㅡ자 모양의 수술자국이 선명하다. 바로 두 차례에 걸쳐 순수한 뜻으로 자신의 장기를 기증한 권금산(53)씨다.
“여기서 이러시면 혐오스러워서 안 됩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들이 그를 향해 제제를 가한다. 그런 경찰을 향해 권씨는 소리쳤다.
“저는 당신들처럼 부모님께 물려받은 귀중하고 소중한 장기를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준 사람입니다. 그런 제 모습이 혐오스럽다니요. 그래요… 저는 혐오스러운데도 미친사람 소리까지 들어가며, 꺼져가는 생명을 두 사람이나 살렸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이런 저에게 법을 운운하며 제 몸을 정육점 쇠고기와 같은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나눔 실천하기 위해…
권씨는 지난 2000년 12월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를 통하여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자신의 신장을 떼어내 꺼져가는 목숨을 살렸다.
이어 3년 뒤인 2003년 6월, 국립장기이식센터를 통해 서울의 또 다른 병원에서 생면부지의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간(肝) 일부를 이식해 주었다. 모두 순수기증이었다.
순수 장기기증은 가족이나 친척이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는 것이다.
“건강한 몸 주신 건 이웃과 삶을 나누라는 뜻이라고 생각했죠. 당시 죽음의 문턱에서 기증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도움이 되고 싶어 어려운 결정을 내렸죠.”
가족들과 주변사람 모두 장기이식을 하겠다는 그를 만류했다. 2번째 수술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의 아내는 “이혼하자”고 까지 말했다. 권씨의 2번째 수술 날은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는 아내를 설득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기념일이 될 것이라고…. 말기 간 질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고 싶다고….” 그의 결심을 꺾진 못한 아내는 이내 동의했고 간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지난 6월, 권씨는 몸이 쉽게 피곤해지고 속에서 짠물이 올라오는 것 같은 증상을 느꼈다. 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8년 전 간이식을 했던 병원을 찾았다.
수술할 당시 기증을 받은 사람이 기증자의 사후 검사 등을 위해 검사비 등을 기탁했다고 들었던 터라 그는 간에 대해서 검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사랑의장기기증운동 본부를 통하여 이식한 신장은 11년이 지났음에도 언제든지 검사를 받고 싶으면 비용 부담 없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을 이식했던 병원 측은 “8년이나 지났으니 간이식 수술에 따른 사후검사를 무상으로 해줄 수 없다”며 “간 검사에 들어가는 각종 검사비는 권씨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이나 사고로 기능이 손상된 장기를 대신하기 위해 타인에게서 받은 장기를 신체에 옮겨 넣는 장기이식수술. 특히 살아있는 사람이 장기를 이식해 주는 ‘생체이식’은 의학적으로 건강에 큰 부담이 없다고 하지만 기증자의 입장에선 큰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생체이식의 95%는 친족 간에 이루어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권씨처럼 전혀 모르는 남을 위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결심하는 ‘순수기증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은 현재로선 아무것도 없다. 정부에서 장기 등의 기증을 권장하고 장제비 등을 지원하는 주요 대상은 뇌사 기증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생존 시 기증을 한 사람 중 친족이나 지인이 아닌 제3자에게 기증을 한 경우에 한해 최소한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 지난 6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장기기증 AS기간이?
이 제도는 순수 기증자에 대해 ‘장기 이식이 이루어진 경우 이식 후 1년 동안 기증에 관한 정기검진 진료비를 지급하고, 근로자의 경우 입원기간을 유급휴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을 위한 세부규정이 마련되어 이 법이 곧 시행된다 하더라도 수술 후 1년이 지난 기증자는 후유증이 생기더라도 어떠한 보상이나 지원도 받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무상기증이 원칙이고 생존 시 기증하는 경우 후유증이 100% 없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기증자에 대한 특별한 지원제도도 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권씨는 “애프터서비스(AS) 기간이 정해져 있는 전자제품 취급을 받은 느낌이었다”며 “누군가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하면 발 벗고 나서서 말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권씨는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단체를 통해 순수 기증한 신장이 오히려 장기간 사후검사와 후유증에 따른 수술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다는 현실이 씁쓸하다”며 “나와 같은 순수기증자들은 대부분 생활 사정이 넉넉지 못한 사람들인데…그들이 좋은 일을 한 뒤에 몸이 안 좋아져도 경제적인 부담을 지고 또 짐을 져야하는 세상이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권씨 역시 간간히 들어오는 보조출연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서울의 한 고시텔에서 지내면서 2달째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살갗을 파고드는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에도 순수장기기증자들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촉구하기 위한 권씨의 시위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