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 탈북 사태,,4대 의문점?
- 작성일
- 2004.10.28 10:15
- 등록자
- 채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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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2
군 당국이 26일 중부전선 철책에서 발견한 구멍 3개를 '남한 민간인 1명이 철책을 통해 북한으로 넘어가면서 만든 것'이라고 발표하자 오히려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또 민간인 월북(越北)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수시간 동안 진행됐을 철책 지역 침입과 철책 절단 과정을 전혀 포착하지 못한 군의 허술한 경계태세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군의 성급한 결론 도출
먼저 군이 월북 민간인을 30대 초반 남자로만 추정하고 신원도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북한군 침투 가능성을 배제한 것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만일 이번에 북한군이 침투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여권이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에 강력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군이 혹시 여권의 정치적 상황을 의식해 북한의 침투 가능성을 서둘러 배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민간인의 철책 접근이 가능한가?
군이 민간인 월북을 주장한 첫 번째 이유는 절단 부분을 분석한 결과 철책이 남쪽에서 잘린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철책 통과 후 이 지역에서 발견된 운동화 자국과 손자국, 무릎 자국 등이 모두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며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
철책 절단 방법과 이후 흔적을 지우기 위해 절단된 철책으로 다시 구멍을 메운 수법이 군인의 행동으로 보기엔 매우 허술하다는 점도 민간인 추정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민간인이 군 초소를 거치지 않고 민간인 통제구역이나 철책 지역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전방지역에서 중대장으로 근무한 장교 A씨는 "사실 산을 타고 몰래 들어오면 군부대가 관할하는 민간인 통제구역에 들어올 수 있다"며 "하지만 몰래 철책까지 접근하는 것은 현지 근무 병사들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설령 민간인이 들어왔다고 해도 수시로 순찰을 도는 군인들에게 1시간 내에 적발된다는 것. 더욱이 3중 철책을 절단기로 끊고 북한 지역까지 1.5∼2km를 나아간다는 것은 해당 지형과 철책 구조를 완벽히 파악하고 수개월 동안 침투를 준비한 특수부대원들이나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왜 지뢰밭 철책을 월북 경로로 선택했을가?
문제의 민간인이 월북 경로로 수많은 군인이 경계를 서는 철책 지역을 택했다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남북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금강산 관광이 이미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입북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철책 지역에는 미확인 지뢰가 매우 많다.
주 철책과 보조 철책을 뚫고 들어간 남방한계선 북쪽 지역은 군인들 조차 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지뢰 제거가 거의 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철책 통과를 위해서는 목숨을 잃을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
합참 관계자는 "1960, 70년대 월북한 전방지역 군인들은 자기 부대 구역의 지뢰 사정을 정확히 알고 있어 이를 피해 갔다"며 "민간인이 지뢰 지역을 통해 월북했다는 말이 제일 이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철책 절단하는 동안 군은 뭘 했나?
3중 철책을 뚫고 북한지역으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1, 2시간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26일 밤 이 지역을 관할하는 A사단 경계병력은 월북 민간인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당일 철책 경계근무 형태는 부대 경계병력의 3분의 1가량만 투입하는 'C형'이었다. 1∼2시간 동안 1, 2 조(1조는 2명)의 병사들이 같은 지역을 순찰하는 방식이다. 결국 일부 병사들이 경계와 순찰을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합참 황중선 작전처장은 "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무 것도 숨기거나 속이지 않고 있다"며 "'민간인 월북'은 군, 경찰, 국가정보원 등에서 나온 이 분야의 최고 베테랑들이 모여 조사하고 토의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기된 의문점에 대해 군 당국이 명쾌한 해답을 내 놓을때까는 국민의 의구심은 가라 앉지 않을 것이다.
軍, 정밀 진상조사 착수..전방부대 군간부들 줄징계 신호탄
한편 군은 최전방 3중 철책선이 민간인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뚫린 데 대해 27일부터 본격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해당 부대 군간부들에 대한 줄징계를 예상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최전방 군부대의 경계망이 비무장 민간인 1명에 의해 어이없이 뚫린 것은 심각한 군기강 해이현상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진상조사와 함께 대대적인 문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군은 26일 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이성호(준장) 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합동조사단을 약 10명으로 구성해 철책선 절단 현장인 5사단으로 파견했다.
합동조사단은 27일부터 이틀 동안 해당 부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철책선이 뚫린 경위와 함께 시설물 및 경계근무 운용실태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합동조사단은 또 민간인이 월북할 시간대에 달이 떠 있었는데도 초병은 물론, 감시장비에 의해서도 전혀 포착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정밀조사를 벌여 근무태만이나 기강문란행위가 드러날 경우 관련자 문책을 상부에 건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