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혁운동은 페미니즘운동과 유사
- 작성일
- 2002.02.23 11:17
- 등록자
- 다OO
- 조회수
- 1542
글쓴이 : 뭉크 퍼온곳 : 다산방 자유게시판
제 목 : 공직사회 개혁은 페미니즘운동과 유사
주 소 : http://dasan.new21.org/2001.html
공직사회개혁은 페미니즘운동과 유사하다.
제가 "공직사회개혁운동은 페미니즘운동이다"라고 하면 언어도단이라며 발끈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공직사회개혁운동이 페미니즘운동이라 한 것은 권위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힌 결재권자들의 가부장적 질서에 대한 끝없는 추종이 공직사회를 황폐화시키고 조직의 구성원들을 수단으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부장적 사회를 혁파하고 여성의 참정권과 사회적 권익을 찾고자 하는 페미니즘운동과 공직사회개혁운동이 닮은 부분이 있어 "공직사회개혁운동은 페미니즘운동이다."고 한 것이다.
흔히 가부장제라고 하면 안으로는 가족을 통솔하고 밖으로는 가족을 대표하는 가장이 아이들에 대한 징계권·혼인과 이혼의 강제권은 물론 심지어 생살권(生殺權)·매각권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하며 가장과 가족성원 사이의 권한의 격차는 매우 커 가장을 중심으로 집안의 질서가 엄격히 유지되는 것을 뜻한다.
반면 여성해방을 궁극의 목표로 삼고 있는 페미니즘운동은 여성참정권운동에서 비롯되어 여성의 사회진출과 성공을 가로막는 관습과 법적제한이 여성의 남성에 대한 종속성에 그 원인이 있다는 자각 아래 가부장제에 기초한 남성위주의 법적·정치적 구조와 사회·문화적 제도를 변혁시키는 운동으로 남성중심의 사회질서에서의 여성해방을 뜻한다고 볼수있다.
그럼 이러한 페미니즘운동이 어떻게 공직사회개혁운동과 닮은꼴인지를 짚어 보도록 하겠다. 여성과 남성의 대립구조를 정책결정권을 쥐고 있는 결재권자와 그렇지 못한 하위직공무원으로 대치하여 놓고 본다면 분명 유사성이 있다.
"공무원조직은 인재들의 무덤"이라는 말은 호사가들이 우리 조직을 무능한 집단으로 폄하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그들은 그 이유로 몇백대 일의 경쟁을 뚫고 입사한 공무원들이 창의성을 잃어 버리고 자기주장을 상실한 채 윗사람의 지시에 고분고분 길들여 지고 법규에 얽매이며 전래답습이라는 향수병에 사로잡혀 끝내 자기경쟁력을 상실해 버리는 것을 비꼬는 말이라 하겠다.
이 말에서부터 공직사회개혁이 어떠해야하느냐의 나의 생각을 풀어볼까한다. 공직사회개혁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보면 공직사회개혁운동은 제도의 개선에 포커스를 맞출 수도 있고 내적요인과 외적요인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도 있으며 관례적 관행의 혁파가 공직사회개혁의 목표일 수도 있다. 그리고 공무원과 국민의 관계를 놓고 공직사회개혁의 목표를 설정할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공직사회개력이라는 과제 속에서 나는 공직사회개혁운동은 공직내부의 문화개혁운동이며 그것은 권리찾기운동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자 한다.
1. 밀어붙이기식의 군사문화가 점령한 공직사회에서는 토론의 부재는 피할 수 없는 노릇이며 기안자의 창의적 생각과 좀 특이한 발상은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2. 어떤 일이 발생하면 결재권자들이 담당자에게 내리는 첫 번째 지시는 전에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또는 다른 부서에서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참고하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생소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전례답습의 악습을 낳고 익숙한 것들에 대한 향수를 낳을 수도 있으며 모험을 피해 가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기에도 담당자의 창의적 생각은 무시되기 일쑤다.
3. 상명하달의 가부장적 권위주의 지시문화에서는 담당자는 철저히 자기생각과 주관을 검열해야 한다. 상명하달-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 문화는-식 문화에서 상급자는 하급자의 막힌 길을 터주는 조력자이며 지도자가 아니라 전근대사회의 권위적인 가부장으로 헛기침소리와 호통이면 뭐든지 이룰 수 있는 존재이다.
4. 적발위주, 실적위주의 감사관행이 공무원들을 더 위축시키고 법규의 노예로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규정한 수많은 문서더미들이 공무원들의 인신을 구속하고 공무원들을 폐쇄적이고 경직되게 하고 있다. 공람용 서류가 돌아올 때마다 터지는 한숨, 그기에 적힌 수많은 협박성 문장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지 마라, 이렇게 하면 이런 벌이 있을 거고 저렇게 안 하면 이런 처벌이 있을거라는 지시를 간추려 한 줄로 세우면 공무원에게는 자율성과 창의성은 손톱만큼도 없고 그러한 지시일변도의 문서들이 공무원을 슈퍼맨이 되라고 종용하고 있다.
5. 무릇 「여론이란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이 똑같은 경우를 말」하는데 우리조직에서는 유독「힘을 쥔 사람의 말은 그 소리가 외가닥으로 나와도 여론이 될 수 있고 무력한 대중의 말은 천가닥 만가닥이 합쳐져도 여전히 독창으로 취급」받는 이러한 문화 속에서는 개인의 경쟁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터부시 되기 마련이다.
위에서 손꼽은 것 말고도 우리조직 내부에는 유독 합리성을 결여한 권위적 가부장적 사회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그러므로 공직사회개혁운동은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이 참정권과 사회적 권익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였던 페미니즘운동과 같이 가장부장적 권위주의 문화에 젖은 정책결정권을 쥐고 있는 집단을 자각시켜 일방통행식 지시일변도의 문화를 개혁하여 담당자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부당한 지시를 떳떳이 거부할 수 있는 합리적 조직으로 체질개선을 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투표권을 갖듯이 정책결정과정에서 하위직들도 투표권을 가져야 한다. 지난날 여성들이 나들이 할 때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던 장옷을 버리고 거리로 나왔듯 하위직공무원들에게도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참정권이 단순히 선거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훨씬 뛰어넘듯이 하위직공무원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한다는 것도 정책결정에 참여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훨씬 뛰어넘는다. 여성을 억압하였던 사회적 제약들이 하나하나 풀리며 남성이 갖지 못한,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우월하게 있는 것들로 이 사회를 더 기름지게 하였듯이 지시일변도의 문화와 밀어붙이면 안 될 것이 없다는 사고방식이 잔존해 있는 공직사회가 개혁되어 하위직공무원들이 지닌 우월성이 돋보이는 공직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공직사회의 개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