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조합 이성국 과장님~!
- 작성일
- 2008.11.04 17:30
- 등록자
- 강OO
- 조회수
- 818
시월 마지막 날.
아침부터 추억 만들자는 문자와 전화가 빗발친다.
다른 날 같으면 그러자고 벌써 약속했을 만한데 무슨 이유인지 정해진 약속 없이 오전이 지나가고 있을 시간.
시골 친정집에서 전화가 왔다.
77세인 우리 엄마.
혼자 계시는데 낮에 전화가 오는 일은 드물다.
순간 불길한 생각에 "엄마 나예요. 란이 엄마."
"여보세요 강 채 린씨가 맞나요?"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예 맞습니다."
"네 저는 장흥 임업협동조합 이과장입니다.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용문 삼거리서 모시고 왔는데 지금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것 같아서 따님께 연락합니다."
"네? 우리 엄마 많이 아프신가요? 어디 가요? 어떻게요?"
난 그 순간 정신이 나갔다.
"일단 모시고 병원으로 가겠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개 숙여 연방 절을 했다.
그 길로 병원으로 가면서 병원 측과 통화했다.
응급실로 들어오셔서 검사 중이란다. 병원에 도착하니 평소 다닐 때보다 30분이나 빨리 달렸나 보다. 마을 이장님께서 벌써 왔느냐고 맞아주신다.
응급실 침대에 새까맣게 타서, 작고 마른 엄마가 힘없이 누워 계셨다.
엄마는 말씀도 제대로 못 하셨다. 겨우 하신 말씀이 "위 논에서 아래 논으로 떨어졌다."
몸도 가누지도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엄마. 우리 엄마......
의사선생님께 어떻게 어디가 아픈 거냐고 물어봤다.
"검사결과로는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워낙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충격이 큰 것 같습니다. 연세도 있으시니 며칠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엄마를 입원실로 옮겨 드리고 함께 해 주신 이장님을 댁에 모셔 드렸다.
친정집에 들러 병원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 병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임업협동조합 이과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도움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사고 내용도 알고 싶었다.
"이과장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검사 마치고 뼈에는 이상 없으니 며칠 지켜보자고 해서 입원했습니다."
"그래요 다행입니다. 연세가 있으셔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한 일입니다. 저희 어머님도 76세이십니다. 근데 어머님께서 길에 너무 오래 계셨던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고 지나쳤다가 후진해서 다시 모시게 되었거든요."
"고맙습니다."
전화로만 인사 했지만 정말 뼛속 깊이 감사했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작업복차림으로 머리 산발한 할머니가 길가에 쓰러져 있으면 과연 몇 명이나 차를 세우고 물어볼까.
그러고도 엄마를 집에까지 모시고 가서 딸한테 전화하고 옷 갈아입혀서 병원으로 모시고 간다고 연락까지 주니 정말 요즘 보기 드문 가슴 따뜻한 사랑의 전도사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나였어도 그냥 지나쳤을지 모른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난 결심을 했다.
주위를 관심 있게 돌아보며 살아야겠다고.
추신: 저희 엄마를 도와 주신 이성국 과장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이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현재 엄마는 여기서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고통스러워해서 부산 병원으로 옮기셨고
등뼈가 두개 골절 되었다고 합니다. 치료 잘 받고 계시니 빨리 회복하리라 믿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 드립니다.늘 웃음이 함께하는 날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