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음악회
- 작성일
- 2005.09.29 21:28
- 등록자
- 유OO
- 조회수
- 1760
아주 작은 음악회
유인학(세계거석문화협회 총재)
한국인들은 960여회의 외침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강한 나라들인 중국, 러시아, 일본이나 심지어 미국(신미양요)에 까지 시달렸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요란하고 변화무쌍한 역동적(Dynamic)인 것을 좋아하여 크고 시끄럽고 떠들썩하여야 한다.
그래서 항상 "세계 최대 세계 최고 세계 최초"를 좋아하고 88올림픽이나 2002년 월드컵같이 전 세계나 온 동네가 들썩거리는 행사에 관심을 갖는다.
요사이 동양에서 붐을 일으키는 "한류(韓流)"도 온갖 몸짓과 괴성을 폭발 시키는데서 정체적 동양문화에 변화무쌍한 역동적 활기가 폭발적으로 넘치는 매력 때문인 것 같다. 해외에서 장기공연 하는 "난타"도 언어라는 전달수단 없이 치고 두들기고 뛰는 것이 전 세계인의 감성을 움직여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거리는 재미를 주고 있다. 우리 국악도 사물놀이를 보면 북, 꽹가리, 징, 소고 하나씩이 어울려 연주하면 200인조 교향악단이나 취주악단을 압도한다.
그런데 이런 한국음악에 대한 통념과는 전혀 다른 이색적 음악회가 광주에서 개최되었다. 어찌보면 생뚱맞은 "느닷없는?" 일 같지만 우리에게도 이제는 문화의 다양성과 깊은 아름다움을 추구하자면 "아주 작은 음악회"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지난 8월 27일 하오 4시 광주광역시청옆 "한울림"이라는 뮤직까페에서 아담한 미니 음악회가 열렸다. 출연자는 전남대학교 음악 교수이자 강숙자 오페라단 단장인 강숙자 교수와 오윤형, 이경은, 조규철, 심영미등 다섯 사람이었고 청중은 마흔 대여섯명(45,6명), 그나마 회비(3만원)내는 청중은 딱 26명이었다. 모자란 것은 회원 ○○○씨가 담당했다. 네 시부터 엄선된 명곡들을 50여분동안 열창했다. 특히 강숙자교수는 혼신의 노력을 다하여 장기인 라 트라비아타 "축배의 노래"와 한국가곡 "꽃바람"을 불렀다.
공연 후 대한민국 최고의 시설을 갖춘 음악 홀의 와이드 스크린으로 미국 콘서트광경과 베를린 필의 폰캬라안 실연을 방영하는 음악 감상회에 갔었다. 스크린에 가수나 연주자의 땀구멍과 조용한 숨결까지가 영사될 때 청중인 우리는 이미 광주가 아닌 뉴욕이나 베를린의 최고의 음악회에서 거장들의 연주를 만끽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음악회는 "한울림" 이라는 음악 감상실과 뮤직카페를 겸한 곳에서 열렸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참가하는 동호인이 적어 언필칭 "광주가 문화중심도시" 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 같이 근사한 음악 공간을 찾아 주는 최소한의 고객도 없는 것이 안타까워 "객기(客氣)"를 부려 만든 순수한 음악동아리 모임이다.
"한울림" 뮤직카페는 선종연사장이 평생음악을 사랑하는 정성을 모아 한국 최고의 음악공간을 만들고 손님이 오면 동호인이 많아져서 좋고 안 오면 조용해서 좋다는 배짱으로 느긋하게 시작한 문화 공간이다. 부인과 사장 아들이 뮤직플레이어여서 온 가족이 행복한 시간을 즐기는 곳이다.
원래 이 모임은 광주영화제 이사장 정환담교수와 전남 고연합동창회 부회장 송희선과 광주여대 양창렬교수 등이 발기하였다. 강숙자 교수에게 정환담교수가 "한울림" 으로 안내하고 이 좋은 공간에 광주 최고의 음악애호가들이 모여 음악을 즐기는 아주 작은 음악동호회를 만들자고 제의했던 것이다.
조건은 첫째, 출연자나 해설가는 하루 출연비 및 지도비로 10만원씩만 받는다. 둘째, "한울림" 에서는 15,000원에 음악공간과 저녁 + 고급차를 제공한다. 셋째, 주최 측은 음악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만 가입시킨다. 발기 모임의 합의 사항 이였다. 전남대 김선기 교수, 동신대 최옥수 교수 청현산방의 유혜숙 다인 대동문화의 조상열 회장 등이 참석하여 광주의 신기원(?) 아니면 이제 한국이 OECD국가에 맞게 "살롱뮤직"이 꽃피우는 계기가 되고, "고급문화" 가 싹트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일본영화 감독인 야마다 요지(山田 洋次)의 「숨겨진 칼」이라는 영화까지 감상한 후 정겨운 얘기들이 끝나고 예술의 거리를 거닐 때 초가을의 시원한 저녁 바람이 세상사는 멋을 느끼게 하였다
※다음 음악회는 9월 28일 6시 한울림(℡ 011-628-6965 양창열)에서 열린다.
2005.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