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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 전 누워. 내 안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줍시다.
- 작성일
- 2019.06.27 13:41
- 등록자
- 김OO
- 조회수
- 374
최적의 투약 타이밍 따로 있다? 생체 리듬을 알면 삶이 바뀐다.
우리 몸 안에는 똑딱똑딱 흘러가는 이른바 ‘생체 시계’가 존재한다. 몸 안에 있는 수십억 개의 세포들이 저마다 하루 24시간에 맞춰 시계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럼 혹시 잘 돌아가고 있던 ‘생체 시계’가 파손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잘 알다시피 우리 몸은 이상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하며, 그대로 방치할 경우에는 결국 질병에 걸리게 되고 만다. 뇌의 기능이나 면역 체계, 심장박동이나 소화 같은 신체의 모든 기능은 모두 이 ‘생체 시계’, 즉 생체 리듬에 의해 제어되고 통제된다. 만일 이 리듬이 흐트러질 경우에는 건강이 나빠지고, 설령 회복이 된다 하더라도 속도가 늦어지게 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리 몸의 ‘생체 시계’를 잘 이해하면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삶 전체가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약물 복용 시간을 ‘생체 시계’에 맞춰 바꿀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하거나, 통증을 경감시키거나, 회복 속도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최근 영국의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에 소개된 ‘생체 시계’의 비밀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소개해 본다.

신체의 모든 기능은 생체 시계에 의해 제어된다. 우리 몸의 생체 시계를 이해하면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몸 안의 생체 시계는 뇌의 특정 부위, 즉 시교차상핵(SCN)이라고 불리는 작은 부위에서 보내는 신호에 반응한다. 2만 개의 세포로 이뤄진 시교차상핵은 쌀 한 톨보다도 작은 크기로, 우리 몸의 생물학적인 본초자오선(세계시간의 기준)이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의 수십억 개의 세포시계가 정확한 상태를 유지하고 이에 따라 몸의 생체 리듬이 유지되도록 하는 데 사용되는 기준점이다.

우리 몸은 시교차상핵을 통하여 빛을 감지한다. 가령 수면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멜라토닌은 시교차상핵을 통해 빛의 변화를 감지해 몸 안의 생체 리듬을 조절한다. 밝은 낮에는 분비되지 않다가 어두운 밤이 되면 활발하게 분비돼 잠이 들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체 리듬은 수많은 외부 요소들에 의해 흐트러질 수도 있다. 가령 한밤 중의 밝은 불빛, 불규칙한 식사 시간, 불규칙한 운동 패턴, 특정 약물 등이 그렇다. 심지어 장내 미생물에도 생체 리듬이란 게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이 항생제나 불규칙한 식사 시간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경우에는 신체 장기의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생체 시계에 대한 연구는 과학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생체 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우리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질병으로부터 회복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 시간대에 따라 언제 부상을 당할 확률이 높은지, 그리고 얼마나 잘, 그리고 얼마나 빨리 회복될 수 있는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혈압은 잠을 잘 때는 낮아지는 반면 잠에서 깨어난 직후에는 급격히 상승한다는 점, 혈액의 응고나 지혈에 관여하는 혈소판은 밤보다 낮에 더 끈끈한 상태라는 점, 그리고 혈관을 제어하고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는 아드레날린과 같은 ‘투쟁-도주 반응’ 호르몬 수치는 한낮에 더 높다는 점 등을 알면 심장질환의 치료나 예방을 보다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따라서 통계적으로 볼 때 심장마비는 오전 6시부터 정오 사이에 일어날 가능성이 다른 시간대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질환에서 회복되는 속도 역시 시간대에 따라 다르다. 즉, 하루 중 몇 시에 심장질환이 발병했는지에 따라 회복되는 속도도 다르다는 것이다. 가령 아침보다는 오후에 수술을 실시할 경우 생존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시간대에 따른 이런 차이는 심혈관계 질환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손상된 부위가 회복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섬유아세포라고 불리는 피부 세포는 밤보다 낮에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이는 손상 부위에 직접적으로 세포를 이동시키는 단백질 수치의 변동 때문이다. 따라서 낮에 입은 피부 상처는 밤에 입은 상처보다 더 빨리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
‘국제화상데이터베이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도 발견됐다. 가령 밤에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낮에 화상을 입은 사람들보다 회복되는 데 약 11일 정도가 더 걸렸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또 다른 예도 있다. 바이러스는 밤에 더 잘 복제되고, 퍼지기 때문에 류머티즘성 관절염의 통증과 경직 정도는 이른 아침에 더 심한 경우가 많다.
특히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경우에는 생체 리듬이 파괴될 확률이 더 높으며, 이에 따라 회복되는 속도 역시 느려질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빛이다. 현대식 병원 건물들의 창문은 대부분 작고, 실내 조명은 하루종일 켜져 있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낮에는 충분히 밝은 빛을 보지 못하고, 밤에는 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져 생체 리듬이 흐트러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 회복에 필수적인 수면뿐만 아니라 치유 속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영국의 경우, 모든 중환자실에 자연광이 들도록, 그리고 그밖의 병실에는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조명을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심장마비에서 회복되고 있는 캐나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낮시간 동안 조명이 밝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의 사망률은 7%였던 반면, 비교적 어두운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의 사망률은 12%에 달했다. 따라서 중증 환자들의 경우, 낮에는 밝은 햇볕을 쬐게 하고, 밤에는 충분히 어두운 곳에서 잠을 자게 하는 식으로 생체 리듬을 안정시키거나 강화하는 것이 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병원 조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런던의 ‘왕립자선병원’은 24시간 리듬 조명(동이 트는 새벽과 해가 지는 황혼을 흉내내서 밝기를 조정하는 조명)을 응급실에 설치했으며, 다른 나라의 병원들에서도 이 조명을 도입하고 있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이를테면 덴마크 코펜하겐의 글로스트럽 병원의 뇌졸중 재활 병동의 경우에는 낮에는 환자들이 밝은 푸른빛(생체 리듬이 즉각 반응하는 빛)에 노출되도록 하고, 밤에는 푸른빛을 적게 해서 전체 조명을 어둡게 바꾸었다. 또한 야간에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거나 치료할 때는 주황색 불빛을 이용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앤더스 웨스트 신경과 전문의는 “요점은 환자들의 회복 속도를 촉진시키기 위해서 생체 리듬을 안정화시키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결과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 환자들은 일반적인 병동에 있던 환자들보다 생체 리듬이 더 활성화됐으며, 피로감이 줄어들었고, 우울증상도 호전됐다.
이와 더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로는 하루 중 언제 약물을 투여해야 가장 효과적일까 하는 것이 있다. 우리 유전자의 절반가량은 생체 시계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주요 질병들, 가령 암, 알츠하이머, 제2형당뇨, 관상동맥질환, 정신분열증, 비만 등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들은 하루 중 시간대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시 말해 관련 유전자들이 비교적 활동적일 때 약물을 투여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250개의 약물들은 언제 약물을 투여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아스피린, 이부프로펜을 비롯해 혈압약, 소화약, 천식 및 항암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보통 이런 약물의 효과는 여섯 시간 동안 지속되며, 이는 약물을 최적의 시간에 투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가령 고혈압과 심부전 치료에 사용되는 혈압약인 발사르탄은 이른 아침보다 저녁에 복용할 때 60%가량 더 효과적이다. 또한 관절염 및 신경통에 사용되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인 인도메타신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복용해야 최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류마티스성 관절염의 통증을 덜 느낄 수 있다
이런 정보는 항암제를 투여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항암제는 암세포의 분열을 저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때 문제는 건강한 세포까지 함께 파괴된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메스꺼움, 식욕 상실, 감염 발생률 증가 등과 같은 몇몇 불쾌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건강한 세포는 하루 중 특정한 시간에 분열되는 반면, 암세포에는 이런 주기적인 리듬이 없다. 1980년대 프랑스의 의사인 프랑시스 리바이가 실험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 일반적으로 잠자는 시간보다 활동하는 시간에 항암제를 투여할 경우, 독성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난소암 환자인 여성들에게 실시한 실험 결과 역시 비슷했다. 항암제를 저녁 6시보다 오전 6시에 투여한 경우 부작용이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평균 3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받은 직장암 남성 환자들에게 생체리듬치료(질병에 따라 투약 시간을 다르게 하는 것)를 실시한 경우, 일반적인 투약 시간에 따른 치료를 받은 환자들보다 생존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항암제인 이리노테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에는 오전에, 여성의 경우에는 오후·초저녁에 투여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시간대에 따라 약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비단 항암제뿐만이 아니다. 최근 발표된 바에 따르면 계절성 독감 백신은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에 맞으면 저녁에 맞을 때보다 네 배 정도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모든 조직에는 저마다의 생체 리듬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 확인되지 않은 다른 질병이나 약물, 혹은 치료 방법에서도 이를 적용할 경우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개개인의 생체 리듬이 모두 다 동일하다는 보장은 사실 없다. 개개인의 생체 시계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도 현재로선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빛, 수면 습관, 타이밍이 건강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핵심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우리 몸 안에는 똑딱똑딱 흘러가는 이른바 ‘생체 시계’가 존재한다. 몸 안에 있는 수십억 개의 세포들이 저마다 하루 24시간에 맞춰 시계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럼 혹시 잘 돌아가고 있던 ‘생체 시계’가 파손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잘 알다시피 우리 몸은 이상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하며, 그대로 방치할 경우에는 결국 질병에 걸리게 되고 만다. 뇌의 기능이나 면역 체계, 심장박동이나 소화 같은 신체의 모든 기능은 모두 이 ‘생체 시계’, 즉 생체 리듬에 의해 제어되고 통제된다. 만일 이 리듬이 흐트러질 경우에는 건강이 나빠지고, 설령 회복이 된다 하더라도 속도가 늦어지게 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리 몸의 ‘생체 시계’를 잘 이해하면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삶 전체가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약물 복용 시간을 ‘생체 시계’에 맞춰 바꿀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하거나, 통증을 경감시키거나, 회복 속도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최근 영국의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에 소개된 ‘생체 시계’의 비밀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소개해 본다.

신체의 모든 기능은 생체 시계에 의해 제어된다. 우리 몸의 생체 시계를 이해하면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몸 안의 생체 시계는 뇌의 특정 부위, 즉 시교차상핵(SCN)이라고 불리는 작은 부위에서 보내는 신호에 반응한다. 2만 개의 세포로 이뤄진 시교차상핵은 쌀 한 톨보다도 작은 크기로, 우리 몸의 생물학적인 본초자오선(세계시간의 기준)이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의 수십억 개의 세포시계가 정확한 상태를 유지하고 이에 따라 몸의 생체 리듬이 유지되도록 하는 데 사용되는 기준점이다.

우리 몸은 시교차상핵을 통하여 빛을 감지한다. 가령 수면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멜라토닌은 시교차상핵을 통해 빛의 변화를 감지해 몸 안의 생체 리듬을 조절한다. 밝은 낮에는 분비되지 않다가 어두운 밤이 되면 활발하게 분비돼 잠이 들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체 리듬은 수많은 외부 요소들에 의해 흐트러질 수도 있다. 가령 한밤 중의 밝은 불빛, 불규칙한 식사 시간, 불규칙한 운동 패턴, 특정 약물 등이 그렇다. 심지어 장내 미생물에도 생체 리듬이란 게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이 항생제나 불규칙한 식사 시간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경우에는 신체 장기의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생체 시계에 대한 연구는 과학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생체 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우리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질병으로부터 회복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 시간대에 따라 언제 부상을 당할 확률이 높은지, 그리고 얼마나 잘, 그리고 얼마나 빨리 회복될 수 있는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혈압은 잠을 잘 때는 낮아지는 반면 잠에서 깨어난 직후에는 급격히 상승한다는 점, 혈액의 응고나 지혈에 관여하는 혈소판은 밤보다 낮에 더 끈끈한 상태라는 점, 그리고 혈관을 제어하고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는 아드레날린과 같은 ‘투쟁-도주 반응’ 호르몬 수치는 한낮에 더 높다는 점 등을 알면 심장질환의 치료나 예방을 보다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따라서 통계적으로 볼 때 심장마비는 오전 6시부터 정오 사이에 일어날 가능성이 다른 시간대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질환에서 회복되는 속도 역시 시간대에 따라 다르다. 즉, 하루 중 몇 시에 심장질환이 발병했는지에 따라 회복되는 속도도 다르다는 것이다. 가령 아침보다는 오후에 수술을 실시할 경우 생존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시간대에 따른 이런 차이는 심혈관계 질환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손상된 부위가 회복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섬유아세포라고 불리는 피부 세포는 밤보다 낮에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이는 손상 부위에 직접적으로 세포를 이동시키는 단백질 수치의 변동 때문이다. 따라서 낮에 입은 피부 상처는 밤에 입은 상처보다 더 빨리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
‘국제화상데이터베이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도 발견됐다. 가령 밤에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낮에 화상을 입은 사람들보다 회복되는 데 약 11일 정도가 더 걸렸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또 다른 예도 있다. 바이러스는 밤에 더 잘 복제되고, 퍼지기 때문에 류머티즘성 관절염의 통증과 경직 정도는 이른 아침에 더 심한 경우가 많다.
특히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경우에는 생체 리듬이 파괴될 확률이 더 높으며, 이에 따라 회복되는 속도 역시 느려질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빛이다. 현대식 병원 건물들의 창문은 대부분 작고, 실내 조명은 하루종일 켜져 있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낮에는 충분히 밝은 빛을 보지 못하고, 밤에는 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져 생체 리듬이 흐트러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 회복에 필수적인 수면뿐만 아니라 치유 속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영국의 경우, 모든 중환자실에 자연광이 들도록, 그리고 그밖의 병실에는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조명을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심장마비에서 회복되고 있는 캐나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낮시간 동안 조명이 밝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의 사망률은 7%였던 반면, 비교적 어두운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의 사망률은 12%에 달했다. 따라서 중증 환자들의 경우, 낮에는 밝은 햇볕을 쬐게 하고, 밤에는 충분히 어두운 곳에서 잠을 자게 하는 식으로 생체 리듬을 안정시키거나 강화하는 것이 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병원 조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런던의 ‘왕립자선병원’은 24시간 리듬 조명(동이 트는 새벽과 해가 지는 황혼을 흉내내서 밝기를 조정하는 조명)을 응급실에 설치했으며, 다른 나라의 병원들에서도 이 조명을 도입하고 있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이를테면 덴마크 코펜하겐의 글로스트럽 병원의 뇌졸중 재활 병동의 경우에는 낮에는 환자들이 밝은 푸른빛(생체 리듬이 즉각 반응하는 빛)에 노출되도록 하고, 밤에는 푸른빛을 적게 해서 전체 조명을 어둡게 바꾸었다. 또한 야간에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거나 치료할 때는 주황색 불빛을 이용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앤더스 웨스트 신경과 전문의는 “요점은 환자들의 회복 속도를 촉진시키기 위해서 생체 리듬을 안정화시키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결과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 환자들은 일반적인 병동에 있던 환자들보다 생체 리듬이 더 활성화됐으며, 피로감이 줄어들었고, 우울증상도 호전됐다.
이와 더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로는 하루 중 언제 약물을 투여해야 가장 효과적일까 하는 것이 있다. 우리 유전자의 절반가량은 생체 시계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주요 질병들, 가령 암, 알츠하이머, 제2형당뇨, 관상동맥질환, 정신분열증, 비만 등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들은 하루 중 시간대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시 말해 관련 유전자들이 비교적 활동적일 때 약물을 투여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250개의 약물들은 언제 약물을 투여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아스피린, 이부프로펜을 비롯해 혈압약, 소화약, 천식 및 항암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보통 이런 약물의 효과는 여섯 시간 동안 지속되며, 이는 약물을 최적의 시간에 투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가령 고혈압과 심부전 치료에 사용되는 혈압약인 발사르탄은 이른 아침보다 저녁에 복용할 때 60%가량 더 효과적이다. 또한 관절염 및 신경통에 사용되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인 인도메타신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복용해야 최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류마티스성 관절염의 통증을 덜 느낄 수 있다
이런 정보는 항암제를 투여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항암제는 암세포의 분열을 저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때 문제는 건강한 세포까지 함께 파괴된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메스꺼움, 식욕 상실, 감염 발생률 증가 등과 같은 몇몇 불쾌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건강한 세포는 하루 중 특정한 시간에 분열되는 반면, 암세포에는 이런 주기적인 리듬이 없다. 1980년대 프랑스의 의사인 프랑시스 리바이가 실험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 일반적으로 잠자는 시간보다 활동하는 시간에 항암제를 투여할 경우, 독성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난소암 환자인 여성들에게 실시한 실험 결과 역시 비슷했다. 항암제를 저녁 6시보다 오전 6시에 투여한 경우 부작용이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평균 3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받은 직장암 남성 환자들에게 생체리듬치료(질병에 따라 투약 시간을 다르게 하는 것)를 실시한 경우, 일반적인 투약 시간에 따른 치료를 받은 환자들보다 생존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항암제인 이리노테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에는 오전에, 여성의 경우에는 오후·초저녁에 투여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시간대에 따라 약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비단 항암제뿐만이 아니다. 최근 발표된 바에 따르면 계절성 독감 백신은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에 맞으면 저녁에 맞을 때보다 네 배 정도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모든 조직에는 저마다의 생체 리듬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 확인되지 않은 다른 질병이나 약물, 혹은 치료 방법에서도 이를 적용할 경우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개개인의 생체 리듬이 모두 다 동일하다는 보장은 사실 없다. 개개인의 생체 시계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도 현재로선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빛, 수면 습관, 타이밍이 건강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핵심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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