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축제 기간에 장흥군이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지원하는 ‘전국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가 장흥에서 십수 년째 열리고 있습니다. 말이 세미누.드지 이른 아침(6시~8시)에 전라(全裸)의 여성들로 하여금 심천공원 오토캠핑장 곳곳에서 갖은 포즈를 취하게 하고, 비싼 장비를 싣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수백 명의 사진가(열에 아홉은 40~60대 남성들입니다)들이 예술 운운하며 누.드 사진을 찍는 행사입니다.

장흥군은 그런 행사에 들일 돈 있으면 평생을 들에서 논에서 집 안팎에서 수행해온 고단한 노동 탓에 휘고 굽어버린 농어촌 노인들의 몸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덜 힘들까를 헤아리는 데 예산을 책정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어깨와 등과 허리와 팔다리… 몸 곳곳의 통증을 잊기 위해 저 변두리 농촌마을에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읍내의 병원이며 약국에 약을 ‘타러’ 가는 그분들의 수고로움을 덜어 드리기 위해 하루에 몇 대 없는 농어촌버스를 확충하고, (그게 당장 힘들다면) 하다못해 천 몇 백 원, 2천 몇 백 원 되는 버스비라도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도시의 노인들은 차비라도 안 냅니다.) 정직하게 살아오느라 맞이하게 된 통증이 밴 그 나이든 몸들은 그리 홀대하면서 젊은 여성의 몸을 아름다움이니 예술이니 하면서 동물원 피사체처럼 전시하고 소비하는 그런 어이없는 행사에 언제까지 군민의 세금을 쓸 작정인지요.
전국에서 찾아드는 수백 명의 이른바 ‘사진(작)가'들이 물 축제 기간 동안 얼마나 되는 돈을 쓰고 가고, 그것이 지역 경제를 살리고 물 축제를 알리는 데 무슨 대단한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런 행사가 치러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지역정치의 구태와 후진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노력을 할 것인지 장흥군은 대답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