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군수님

봉덕리태양광발전소의 개발행위 허가를 취소해 주십시오!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협박하지 말아 주십시오!
공사중단 명령을 해지하지 말아 주십시오!

산좋고 물맑은 덕리는 내 어머니의 고향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시향을 지내러 가서 어머니와 친지분들을 통해 덕리의 역사를 전설처럼, 신화처럼 듣고 또 들었습니다. 40가구 이상이 살던 마을에서 일어난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한마을에서 부모형제를 잃고 죽이고 죽임을 당했던 어이없는 빨치산의 비극어린 참상을 들었고 성인이 되었을 때 수몰과 실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참으로 역사의 한이 서린 곳이며 아픔이 있는 곳입니다.

이 곳 봉덕리 태양광발전소 개발행위 허가는 상식을 벗어나 있습니다.

1. ‘산지의 경관을 보전하기 위해 산지 표고의 50% 미만에 위치해야 함’에도 표고의 정상에 있는 태양광산지전용을 허가했으며 정상의 경관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것은 상식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2. 장흥댐으로 인해 실향한 유치 군민을 위해 조성한 산 정상의 대체농지에 산지를 더 해 교묘하게 쪼개기하고 개발행위허가를 전제조건으로 한 외지인에 대한 땅 매매 또한 의심을 일으키는데 담당 공무원은 업자를 ‘막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불법을 합법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힘을 보태 합법이 되도록 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는 일입니다.
3. 일체의 설명회도 주민동의도 없이 이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봉덕리는 행정적으로 한 마을입니다. 그러므로 덕리 마을에 주민설명회와 주민동의 절차가 있어야 함이 마땅하며 업자가 조례를 이용하여 교묘히 이것을 피하려고 했을 때 업자가 아닌 군민을 위한 행정을 하는 군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절차를 밟도록 했어야 합니다. 장흥군은 무전유죄의 원칙을 준용했습니다.
3. 자연인인 제가 상식적으로 접할 수 있는 산림의 가치와 기능에 대한 정리입니다.

❏ 보전가치가 높은 산림은 다음과 같은 속성 중 하나 이상을 갖는다.
1. 전 세계적, 지역적, 국가적 중요성을 갖는 산림면적 생물다양성 가치가 응집(예, 풍토성, 멸종위기종, 다른 지역에서 멸종한 종이 살아남는 특수지역); 대부분 천연적으로 발생한 종의 집단서식지가 자연 상태로 풍부하게 존재하는 경영단위 내에 있거나 경영단위를 포함하는 대규모 경관차원의 산림
2. 희귀, 위협, 멸종 위기 생태계 내에 있거나 이 생태계를 포함하는 산림
3. 위기 상황에서 자연의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림(예, 유역보호, 침식방지)
4. 지역사회의 기본 요소를 충족시키는 기반이 되는 산림(예, 생계유지, 건강), 그리고 지역사회의 전통문화 정체성에 중요한 산림(문화적, 생태학적, 경제적, 종교적 중요성)
❏ 산림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목재, 버섯, 산채, 약초, 수지, 타닌, 연료, 녹지 등 임산물을 생산하는 기능
2. 공익적 기능
1) 이수조절 기능: 물을 저장하고 깨끗하게 하는 기능과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
2) 국토보전 기능: 토사가 유실되는 것을 막아주는 토양보전 기능. 따라서 산림을 잘못 가꾸면 산사태, 강, 저수지, 농경지 등을 오염·매몰시켜 국민의 재산과 건강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다 줌
3)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해주며 생활환경이 악회됨에 따라 더없이 훌륭한 휴식공간으로써의 기능
4) 공기를 맑게 하고 야생동물을 서식하게 하며 소음을 방지하고 기후를 완화하는 기능


존경하는 군수님.

이미 알고 계실 것을 알고 있으나 상기시켜 드리고자 함이니 무례하다 말하지 마옵소서.
내가 아는 세 번째 상식으로는 허가가 날 수 없는 곳에 허가가 난 것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기초적이고 원론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1. 이곳은 장흥댐 상수원지의 보전산지입니다. 유역보호, 침식방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지라는 뜻입니다.
1. 이곳은 산림면적 생물다양성 가치가 응집된 곳으로 풍토성,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발전소 부지 바로 곁에 사람이 삽니다. 10호 이하라는 이유로 덕리 주민들이 이곳의 짐승만 못하게 취급되고 있습니다.
1. 지역사회의 기본 요소를 충족시키는 기반이 되는 산림입니다. 이곳의 물을 9개 시군이 먹고 있습니다. 태양광 업자에게 팔아넘기고 표고 정상이 태양광 판넬로 뒤덮일 때까지 ‘막을수가 없었다’라고 반복해 말하지 말고 지역사회의 전통문화·정체성에 중요한 산림(문화적, 생태학적, 경제적)이 되도록 계획하고 행정을 이끌어야 할 산지라고 생각합니다.
1. 장흥 곳곳에 흉물스러운 난개발의 현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장흥댐 물의 근원지만이라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모두 파헤친다 해도 수원지가 있는 보전산지는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흥군이 지켜야 할 곳이었습니다. ‘업자를 막을 수가 없어 허가를 내주고’ 빽 없고 돈 없는 주민들이 행정소송 중인데 그 결과가 나오는것도 기다리지 못한다는건 무전유죄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빽도 돈도 없습니다. 그러나 무시하지 마십시오. 장흥 군민이 두 눈 부릅뜨고 보고 있습니다. 악으로 깡으로 삶을 걸고 싸워 나가겠습니다. 몇 개월 전, 허가를 내주지 않을 사유도 넘쳐났으며 지금 현재, 공사중단명령을 해지 하지 않을 사유도 넘쳐납니다.

부디 힘없고 빽없는 군민의 편에 서 주십시오. 공사중단명령을 해지하지 말아주십시오. 봉덕리태양광발전소 허가를 취소해 주십시오.